1982년 개봉한 기념비적인 영화 'E.T(E.T. the Extra-Terrestrial)'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기법이 돋보이는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어린 소년과 외계인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영화가 개봉된 지 4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1982년 당시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으며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으로 반드시 언급됩니다.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제5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음향편집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수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 작품에서 주로 어린 소년과 소녀 등 어린이의 시선에서 영화를 연출하며 감정적인 몰입감을 극대화한 것 같습니다. 그는 독특한 카메라 앵글이나 색채, 조명, 음악, 편집 등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하나의 시각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E.T. the Extra-Terrestrial)'의 촬영 기법과 빛과 조명 기법, 음악과 편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감상 후 읽어주세요!
1. 영화의 촬영 기법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E.T(E.T. the Extra-Terrestrial)'에서 당시 헨리 토머스(Henry Thomas)가 연기했던 주인공 소년인 엘리엇의 감정과 경험을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독창적인 카메라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것을 POV(Point of View) 촬영 기법이라고 하는데,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촬영하는 기법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한 소년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영화 전반에 걸쳐 적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1) 어린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구현
영화를 여러 번 본 저로서는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는데, 대부분의 화면이 상대적으로 살짝 낮은 구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우선 작품의 촬영감독은 스필버그 감독과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온 '알렌 데비오(John Allen Daviau, 1942-2020)' 감독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효과를 주어 관객이 자연스럽게 엘리엇과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무래도 스필버그 감독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작품 내에서 어른들의 얼굴이 자주 보이지 않거나 허리 아래까지만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의도적인 연출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들과 어른의 세계가 분리되어 있음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며, 어린이들이 가진 순수한 시각과 어른들의 현실적인 태도를 명확하게 대비시켰다고 봅니다.
2) 핸드헬드 촬영 기법
전체 부분은 아니지만, 특정 부분에서는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활용하여 현실감을 극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핸드헬드 촬영 기법이란, 카메라를 삼각대나 크레인, 달리 같은 장비에 고정하지 않고 손이나 어깨에 직접 들고 의지하여 촬영하는 기법으로, 이에 따라 자연히 흔들리는 화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몸에 부착하는 장비를 사용해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이동 촬영이 가능한 스테디캠 촬영 방식과도 차별화되는 방식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방법이 사용된 부분들은 정부 요원들이 E.T를 찾기 위해 집을 수색한다든지, 엘리엇과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경찰과 정부 요원들에게서 도망치는 부분 등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촬영 기법 덕분에 모험 영화답게 마치 관객이 직접 그 상황 속에 있는 듯한 현실적인 몰입감과 긴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E.T의 시점으로 본 촬영 기법
촬영 기법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으로, 영화의 주인공 외계인인 E.T의 시점에서 촬영된 방식들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E.T가 엘리엇의 집안을 몰래 돌아다니며 사물을 관찰하는 부분에서는 어안렌즈나 부드러운 트래킹 샷을 사용하여 E.T의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안렌즈의 특징은 시야를 극단적으로 넓히면서 가장자리를 왜곡시키는 특수 렌즈입니다. 넓다고 알려진 광각렌즈보다도 훨씬 더 넓은 약 180도 이상의 시야각을 자랑합니다. 특히 중심부와 달리 주변부는 둥글게 휘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지구 환경이 처음인 E.T의 혼란스럽고 신기한 감정이나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고 기묘해 보이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촬영 기법인 트래킹 샷은 카메라가 피사체를 따라가거나, 피사체 주변을 부드럽게 이동하며 촬영하는 기법입니다. 영화에서 E.T는 단순한 외계인이 아니라 원래 자신의 외계 행성에서 식물학자로 일한다고 설정되어 있는데, 덕분에 지구에서도 여전히 발휘되는 E.T의 순수한 학구적인 호기심이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 감정적 몰입을 극대화한 빛과 조명 기법
스필버그 감독은 촬영 기법을 통해 영화의 시선을 표현한 것과 더불어 작품 내에서 조명과 색채를 감정적인 도구로 깊이 활용했습니다. 특히 조명의 푸른빛과 붉은빛의 대조는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감정적인 느낌을 자연히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 신비로움과 이질감을 표현한 푸른 빛
작품에서 푸른 조명은 주로 밤의 모습이나 신비로운 순간에 사용되었으며, 영화의 SF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것 같았습니다. E.T가 처음 등장하는 부분이라든지, 혹은 엘리엇과 E.T가 처음 조우하는 부분 등은 은은한 달빛과 함께 푸른 조명이 비추며 마치 신비로운 미지의 존재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엘리엇과 E.T가 밤에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도 다소 푸른 조명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인간과 외계인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이질적인 과정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2) 감정적 교감과 생명력을 상징한 붉은 빛
영화 내에서 매우 자주 연출되었던 E.T의 가슴과 손가락에서 발산하는 붉은빛은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사실상 영화를 상징하는 색상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붉은빛은 생명력을 상징하며, 영화 속에서도 E.T가 건강할 때는 강하게 빛나지만, 병들었을 때는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붉은색은 정말 중요한 시각적인 기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엘리엇과 E.T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붉은빛과 조명의 사용 빈도가 늘어났는데, 이는 그들의 감정적 교감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장치로 활용한 것 같았습니다. 엘리엇과 E.T가 손가락을 맞대는 정말 감동적인 부분에서 활용된 붉은 빛은 그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계 생명체 존재의 여부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작중에서 엘리엇은 그다지 친구가 많아 보이지 않아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E.T와의 우정이 더욱 깊고 소중한 것 같았습니다.
3) 대비를 보여준 조명 기법
세밀한 빛과 더불어서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조명 기법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조명의 색감이 변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E.T가 지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주로 차갑고 푸른 조명이 주를 이루며 이질감을 부각합니다. E.T는 우리의 시선으로 보면 외계 생명체입니다. 하지만 E.T 역시 앞서 촬영 기법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구가 낯선 외계 행성이었을 것입니다. 푸른색의 조명은 그러한 느낌을 더욱 부각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마음 따뜻한 소년 엘리엇과 가까워질수록 따뜻한 황금빛 조명이 더 많이 사용되며, 이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는 푸른 조명에서 황금색이나 붉은색과 같은 따스하고 안락한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3. 감정을 이끄는 사운드트랙과 편집 연출
1) 감동을 극대화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
영화에서 활용되었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쫓기는 엘리엇과 E.T가 자전거를 타고 거대한 달빛 아래의 밤하늘을 나는 그 유명한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 'Flying Theme'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테마곡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음악은 관객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들며, 스토리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름답고 황홀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는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곡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은 정말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정경이었으니 말입니다.
2) 음악을 활용한 감정과 심리 조절
존 윌리엄스는 스필버그와 함께한 작품 중 이 작품에 대해서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특정 순간에 맞춰 음악을 미묘하게 조절하며 감정이나 심리적인 묘사를 조정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서는 음악이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아주 조용하게 삽입되어, E.T가 처음 등장할 때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음악이 점차 강렬해지며, 엘리엇과 E.T.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이나 인물들이 처한 위기 등을 음악을 통해 절절하게 반영하였습니다. 특히 극 중에서 아이들과 E.T가 있을 때라든지, 정부 기관 인물들의 등장이 있을 때 서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특정한 음악이 흐르며 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맞춰 곡의 흐름이 분주하게 바뀌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감동적이면서도 아쉬움이 짙은 마무리를 보입니다. 이러한 음악적 연출은 이 작품을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감동적인 모험담으로 승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큰 호평을 받으며 본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음향편집상, 음향상 등의 수상을 휩쓸기도 하였습니다.
3) 감정과 속도를 조절한 편집 기법
스필버그 감독은 편집을 통해서도 감정과 속도를 정교하게 조율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편집을 통해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정말이지 탁월하게 활용하였습니다. 그는 작품 내에서 여러 가지 편집 기법 등을 적절히 조합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롱테이크(long take)를 사용하여 등장인물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하였고, 긴박한 장면에서는 빠른 컷 편집(quick cuts)을 사용하여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E.T가 거의 죽어가다시피 하는 부분에서는 조용하고 긴 롱테이크를 사용하여 감정적인 몰입을 극대화하였고, 정부 당국자로부터 E.T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이들과 자전거 추격을 벌이는 부분에서는 빠른 컷 편집을 활용하여 액션의 긴장감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E.T(E.T. the Extra-Terrestrial)'를 통해 단순한 SF 영화가 아닌, 감정적인 경험을 극대화한 걸작을 만들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카메라 기법을 통해 한 소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만들었으며, 조명과 색채를 활용하여 감정과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깊이 있게 표현했고, 음악과 편집을 통해 캐릭터와 장면에 삽입된 감정을 완벽하게 조율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이 작품은 단순한 SF나 모험 영화가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