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화해할 것 같지 않았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Oasis)의 기타리스트이자 서브 보컬, 작곡가인 형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와 리드 보컬을 담당한 동생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형제가 불화로 인해 2009년 8월에 밴드를 해체한 지 정확히 15년 만에 재결합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생과의 불화와 싸움으로 밴드를 떠났던 형 노엘이 지난 15년간 한결같이 '오아시스는 완전히 끝났으며, 내가 두 번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아주 단언했기 때문에 아예 재결합은 꿈도 못 꾼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6년에 개봉한 록 밴드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슈퍼소닉(Oasis: Supersonic)'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2년 뒤인 2018년에 개봉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관한 다큐멘터리인 영화인 'Coldplay: A Head Full of Dreams'의 감독으로도 잘 알려진 '맷 화이트크로스(Mat Whitecross)'가 연출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번 영화 '슈퍼소닉'에서는 밴드의 주축이 된 갤러거 형제의 어린 시절부터 맨체스터 지하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무명 밴드가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달고 데뷔한 지 불과 2년 만에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 최고의 밴드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밴드 오아시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이 다큐멘터리는 화려한 성공과 더불어 형제간의 격렬한 갈등, 밴드 내외부의 급격한 변화와 혼돈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들의 날 것 그대로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릿팝과 오아시스라는 밴드의 소개와 갤러거 형제의 갈등, 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감상 후 읽어주세요!
1. 브릿팝과 밴드 오아시스
1) 브릿팝 소개
작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오아시스라는 밴드와 더불어 '브릿팝(Britpop)'이라는 용어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먼저 브릿팝이란, 1990년대 영국에서 유행한 록 음악 장르로, 비틀스(The Beatles),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더 후(The Who), Kinks 같은 1960~1970년대 영국 록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영국식 감성과 대중적인 멜로디를 강조한 밴드들을 가리키는 용어이자 장르입니다. 1990년대 중반을, 영국을 중심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당시 미국 중심의 그런지(grunge) 음악들과 차별화되는 '영국적인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런 브릿팝 열풍을 주도하던 그룹에는 오아시스와 더불어 블러(Blur), 펄프(Pulp), 스웨이드(Suede) 등의 밴드가 있었습니다.
2) 오아시스 소개
오아시스는 그러한 브릿팝 밴드 중에서도 상업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록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블러, 펄프, 스웨이드 등 브릿팝의 기둥 역할을 했던 밴드들 역시 각각 독창적인 스타일과 규모가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아시스만큼 거대한 대중적 영향력과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오아시스는 199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밴드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 그리고 서브 보컬을 담당했던 형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와 리드 보컬인 동생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형제가 주축이 되어 1994년 데뷔 이후, 2009년까지 약 15년간 활동했습니다. 이들의 최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반에 발표한 오아시스의 대표곡들인 'Wonderwall'이나 'Don’t Look Back in Anger', 'Live Forever', 'Champagne Supernova' 등은 지금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명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3) 영화의 여정
이 작품은 오아시스라는 밴드의 주축이 된 형제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밴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1991년에 결성하여 맨체스터의 작은 무명 밴드에서부터 1996년 넵워스(Knebworth) 공연에서 무려 25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까지의 미친듯한 빠른 여정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영화는 단지 전형적인 인터뷰 방식이 아닌, 노엘과 리암 형제를 비롯한 오아시스 멤버들의 음악적 여정을 실제 음성 자료들와 희귀한 밴드의 영상들을 통해 사실적이고 흥미롭게 묘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저를 포함한 많은 오아시스 팬들에게는 특별한 공감과 추억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특히 오아시스의 초창기 시절, 노엘과 리암 형제의 갈등과 그 속에서도 빛나는 그들의 음악적인 조화를 한 곡씩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4) 오아시스 팬들의 감동
비틀스의 전설적인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 경(Sir George Martin)은 노엘 갤러거를 두고 그의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노엘 갤러거의 천재적이고 탁월했던 작곡 능력과 리암의 독창적인 보컬 스타일이 만나 오아시스만의 긍정적이고 활기 넘치며 때론 감성적인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모든 오아시스 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 성공과 그림자, 갤러거 형제의 갈등
1) 개와 고양이 같은 극명한 성격 차이
오아시스 성공의 중심에는 갤러거 형제 애증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생 리암 갤러거와 형 노엘 갤러거의 악명높은 갈등은 밴드의 아름다운 음악과 대비되는 인기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두 형제가 음악적으로나 성격적으로 마치 개와 고양이만큼 극명하게 다른 점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오아시스가 성장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균열이 생겨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2) 형제의 불안한 관계
보컬을 담당했던 5살 어린 동생인 리암 갤러거는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성격으로 무대 위에서 정말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했지만, 종종 무책임한 행동으로 밴드에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반면, 형 노엘 갤러거는 냉철한 리더십과 뛰어난 작곡 실력으로 밴드를 이끌었지만, 형제 간의 대립이 점점 심화하면서 균열이 깊어졌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갈등이 극에 달했던 여러 순간을 조명하며, 특히 투어 중 리암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노엘이 참지 못하고 홧김에 밴드를 떠나는 사건 등을 다루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현실적인 형제간의 관계를 보는 듯 했습니다.
3) 1990년대 영국의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오아시스
하지만 형제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는 1994년에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의 성공과 수많은 어워즈에서 상을 타고, 곧이어 1995년 2집 정규 앨범인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합니다. 그 외에도 오아시스의 기념비적인 라이브 공연인 1995년 11월의 얼스 코트(Earls Court) 라이브와, 1996년 4월에 형제들이 추종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당시 홈그라운드였던 메인로드 스타디움(Maine Road Stadium)에서 양일간의 공연을 펼칩니다. 그리고 대망의 1996년 8월 10일과 11일, 양일간 무려 25만 명의 관객을 모이게 만든 그들의 최대 규모의 넵워스 공연까지 성공시키며 두 형제는 1990년대 영국에서 상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정말 무시 못 할 존재가 됩니다.
4) 애증의 형제 관계
흥미로운 점은, 이 형제의 갈등이 단순한 불화가 아니라 오아시스의 창작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긴장감과 갈증에서 나온 노엘의 곡들은 오히려 동생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만나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하며 팬들에게 명곡으로 남았다는 점이 영화에서 강조됩니다. 그리고 형제는 쉬지 않고 크고 작은 싸움과 갈등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음악으로 화해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같이 살 순 없어도, 떨어져 지낼 수 없는 형제간의 애증의 관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오아시스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은 바로 그들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영화가 주는 의미
1) 오아시스의 여정을 다룬 작품
누군가에게 이 작품은 전형적인 음악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팬으로서 보는 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오아시스라는 한 밴드가 음악을 통해 어떻게 데뷔 후 2년도 안 된 이른 시일 안에 국가적인 밴드가 되었고, 영국의 문화적인 면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990년대 전 세계적인 브릿팝 열풍을 주도했던 오아시스는 그들의 음악적 혁신과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그들의 영향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2) 밴드의 황혼
또한, 밴드의 영광 뒤에 숨겨진 노엘과 리암의 인간적인 갈등과 음악적 해석의 차이가 영화에 진정성을 더해준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예술적 성장을 이루며 황혼을 이룬듯한 오아시스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아시스는 영광스러웠던 90년대를 마무리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갤러거 형제를 제외하고 구성원들이 교체되면서 그들의 음악 스타일도 우직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다가 2009년에 노엘과 리암의 형제 갈등이 극에 달해 공식적으로 해체되었습니다.
3) 오아시스의 재결합
그런데도 시대를 초월한 그들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오아시스가 해체되었던 지난 15년 동안에도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팬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갤러거 형제 모두 오아시스 해체 이후에도 각각 솔로 활동을 충실히 해 나갔던 점도 그나마 팬들의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8월 27일, 밴드는 노엘이 해체를 발표한 지 정확하게 15년이 지난 후에 기적과 같이 재결합을 발표하고 2025년부터 오아시스는 영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호주, 남미, 일본과 한국 등 라이브 콘서트 투어에 들어가게 됩니다.
4) 한 시대와 문화를 담아낸 작품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거나 록 음악, 특히 오아시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밴드의 역사와 명곡들이 담긴 이 다큐멘터리는 인기 많았던 한 영국 밴드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 시대와 문화를 온전히 담아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영화 '슈퍼소닉'은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한 밴드가 만들어낸 한 시대의 문화적 현상과 그들의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아시스의 팬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고, 록 음악이나 브릿팝, 혹은 예술이나 문화 전반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꼭 봐야 할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아시스의 2024년 재결합 소식과 월드 투어를 눈앞에 둔 2025년 현재,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전성기를 다시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